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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성남시장 선거 평가 4 ] 네거티브에 묻힌 시민참여의 과제

김영욱 | 기사입력 2026/06/17 [14:52]
지방자치
[기획 성남시장 선거 평가 4 ] 네거티브에 묻힌 시민참여의 과제
기사입력: 2026/06/17 [14:52] ⓒ 성남피플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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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 후보와 시민단체가 협약식을 하고 있다.     ©성남피플

 

 

 

기사입력 : 김영욱기자 2026.06.17.14:55

 

- 네거티브·거대 공약에 묻힌 '시민 중심 행정'

- 여소야대 성남시의회, '의회 중심 거버넌스'로 돌파구 찾아야..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1위 신상진 (국민의힘) 249,634(50.30%) 2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241,586(48.68%) 3위 장지화 후보(진보당) 5,000(1%)

신상진 후보가 김병욱 후보를 8,048표 차이로 따돌리며 재선에 성공했고, 결과만 놓고 보면 예년의 국힘 -민주 양강 구도가 재확인된 선거처럼 보이지만, 선거 과정이 남긴 상처와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선거는 민생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 대신 상호 비방과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네거티브의 극치'를 보여주었으며, 거대 양당 후보들의 화려한 개발 공약 속에 정작 시정의 주인이어야 할 성남시민들은 철저히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 실종', 고소·고발만 난무

 

이번 성남시장 선거 과정을 계량화해 보면 '정책 실종'의 실태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선거 기간 중 양대 정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선대위가 발표한 공식 논평과 보도자료의 약 70%가 상대 후보에 대한 자질 검증을 빙자한 비방과 네거티브에 집중됐다.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등 선거 관리 당국과 검찰·경찰에 접수된 양측의 고소·고발 건수로 보면 역대 최악의 '진흙탕 싸움'이라는 오명을 썼다. 정책 토론회나 공약 검증 보도가 차지한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는 점은, 유권자들이 후보의 행정 철학과 구체적 실행 계획보다는 상대 진영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기준으로 투표를 결정하도록 유도된 선거 환경이었음을 시사한다.

 

후보들이 내놓은 메시지의 양극화도 시민들을 구경꾼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신상진 후보는 철저히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고도제한 해결 등 자신의 '치적 중심'과 행정 성과 부각에 방점을 찍었다. 분당 1기 신도시 재건축,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 등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의 '완성'을 강조하는 수성(守城) 전략이 주를 이뤘다.

김병욱 후보는 본도심-분당 간의 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대규모 철도망 확충, 돔 구장 건설 등 수조 원이 소요되는 장기 대형 개발 과제를 쏟아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이라는 중앙 정치 네트워크를 앞세워 '국비 확보'를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제시했으나, 재원 조달 계획이나 단계별 실행 로드맵에 대한 구체성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두 후보의 공약 대결은 사실상 '개발 대 개발'의 프레임에 갇혀, 기후위기 대응이나 재개발 재건축 세입자 대책, 맞춤형 복지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을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반면, 진보당 장지화 후보는 돌봄 안전망 구축, 노동 기본권 보장, 공공 주도 주거복지 등 시민들의 실질적 삶의 질을 높이는 진보적 의제와 공약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거대 정당 중심의 미디어 환경과 소수정당이 가진 조직적 한계 탓에, 언론 보도 비중은 10% 미만에 머무르는 등 여론의 주목을 받거나 정책 이슈화로 이어지는 데 뚜렷한 제한성을 노출했다. 실제 최종 득표율(1%)은 이러한 구조적 진입 장벽이 정책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득표로 직결되는 한국 지방선거 양당 구도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좋은 정책이 있어도 그것이 유권자에게 '들리지 않는' 구조라면, 문제는 후보의 역량이 아니라 선거 제도와 미디어 생태계 자체에 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 진보당 장지화후보가 시민사회단체와 협약식을 가졌다.     ©성남피플

 

 

의석 다수당 된 민주당, '견제와 균형'의 교두보 확보

 

선거 결과 신상진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집행부의 독주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반전의 카드는 지방의회에서 마련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남시민들은 성남시의회의 다수 의석을 더불어민주당에 안겨주었다.

 

이로써 신상진 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힘과 교두보가 확보된 셈이다. 행정사무감사권, 예산안 심사·의결권, 조례 제·개정권을 쥐게 된 다수당 시의회가 집행부의 일방 독주형 불통 행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가 민선 9기 성남시정의 향방을 가를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특히 분당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대장동 소송 관련 시의 법적 대응 방식 등 그간 행정사무감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던 의제들이 이번 임기에는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다수당이라는 지위가 곧바로 실질적 견제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임위원회 구성, 의장단 배분,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사회와의 정보 공유 체계가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의석은 있으나 견제는 없는' 형식적 다수당으로 그칠 위험도 있다.

 

시민사회 패싱한 신상진대안은 '의회 중심 거버넌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우려는 신상진 시장의 거버넌스 기피 태도다. 선거 운동 기간 성남지역 시민사회단체 연대체가 제안한 '시민이 참여하는 성남시정 실현을 위한 정책협약'에 대해 신상진 후보는 시민단체 제안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음으로참여를 거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와 진보당 장지화 후보만이 이에 응해, 최종적으로 두 후보만이 '민주진보후보' 명칭을 부여받았다. 시민사회를 시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집행부의 기조가 재선 임기에도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당시, 성남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방선거 전 6개월여 동안 각 분야 활동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방자치 혁신 민관협치 회복 공공성 강화 성남시의료원 정상화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기후위기 대응 복지·돌봄 강화 청년·청소년 지원 노동·여성·아동·장애인·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 권리 보장 주거와 지역 균형발전 등 성남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4개 단체와 김병욱 장지화 후보는 협약을 통해 시민이 주인이 되는 지방자치 실현 공공성 회복과 강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 보호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한 도시 전환 시민사회와의 지속적 소통과 협력 등을 공동 정책 방향으로 삼기로 한 바 있다.

 

거버넌스가 신상진 시장이 거부했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거버넌스란 반드시 시장 개인이 이끄는 시 집행부하고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향후 성남시 시민사회 거버넌스의 핵심 과제와 대안적 방향을 제시해 본다.

 

1) '의회 중심형 거버넌스'로의 패러다임 전환

 

시장이 시민사회를 외면한다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성남시의회를 중심으로 민관 협력 구조를 전면 재편해야 한다. 조례 제·개정 권한을 가진 시의회가 시민사회단체, 주민 대표, 전문가들이 상시 참여하는 '의회-시민 정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입법과 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실효성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장치가 더해져야 한다. 첫째, 위원회 회의록과 심사 자료를 의무적으로 온라인 공개해 '밀실 협상'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둘째, 시민사회단체 추천위원의 임기와 선정 절차를 조례로 명문화해 특정 정당이나 시장 측 인사로 채워지는 '관변화'를 막아야 한다. 셋째, 위원회가 제출한 의견에 대해 시 집행부가 일정 기간 내 공식 답변을 의무화하는 '회신 의무제'를 도입하면, 위원회가 형식적 자문기구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 실질적 예산참여권 보장과 '시민회의' 도입

 

형식적인 주민참여예산제를 넘어선 실질적인 재정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선거 과정에서 진보당 장지화 후보가 제안한 "시민회의 구성을 통한 시 재정의 10% 예산권 부여"모델은 예산권 부여 규모를 떠나 대안적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해외 사례: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Porto Alegre)

> 1989년 세계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이곳은 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주민들이 직접 토론하고 투표로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주민들이 지역의 실질적인 재정 권력을 쥐게 되면서 부패가 척결되고 상하수도 보급률이 급증하는 등 삶의 질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성남시 역시 시의회가 주도해 자치법령을 정비한다면, 특정 비율의 예산을 시민사회가 직접 설계하는 '성남형 시민회의 예산제'를 구현할 수 있다.

 

다만 포르투알레그리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기보다, 성남의 행정 단위와 인구 구조에 맞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다. 가령 1년 차에는 동별 소규모 생활밀착형 사업(보행로 정비, 주자창확보, 놀이터 개선 등)에 한정된 '예산 1%' 시범 모델로 시작해 시민들의 참여 경험과 행정의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비율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신뢰 형성과 제도 안착에 더 유리할 수 있다. 또한 분당과 수정·중원의 재정 수요와 인구 구성이 크게 다른 만큼, 권역별로 예산 배분 비율을 달리하는 차등 설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주민자치회'의 시범사업 탈피 및 전면 활성화

 

현재 성남시는 주민자치회를 50개 동중, 6개 동에서만 '시범사업' 형태로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오히려 과거의 관변적 주민자치위원회로 회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시민 참여는 동 단위의 풀뿌리 자치에서 시작된다.

 

* 시의회는 주민자치회 설치 및 활성화 조례를 강화해 시범 운영을 전면 확대로 전환해야 한다.

* 주민자치회에 실질적인 동네 발전 계획 수립 권한과 소규모 '동 자치예산' 배정권을 부여함으로써, 관치(官治) 행정의 한계를 주민의 힘으로 극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자치회 구성원의 대표성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기존 통장·반장 등 관변 조직 출신 인사 중심으로 구성되는 관행을 깨기 위해, 청년·1인 가구·이주민 등 그간 동 단위 의사결정에서 소외됐던 계층에 일정 비율의 참여를 보장하는 '대표성 할당제'를 조례에 명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4) 시민감사관제와 예산 실시간 공개 플랫폼

 

위 세 가지 방향에 더해, 다음 임기의 거버넌스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보완적 장치를 제안한다.

 

첫째, 시민감사관(옴부즈퍼슨 Ombudsperson) 제도다. 현재 성남시의 시민고충처리 기능은 행정 내부 부서에 머물러 있어 독립성에 한계가 있다. 시의회 추천으로 임명되되 시 집행부로부터 인사·예산상 독립된 시민감사관을 두어, 대장동 소송과 같은 시의 법적 대응이나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 대해 시민이 직접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채널을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예산 집행 실시간 공개 플랫폼이다. 1회 발간되는 시민참여예산 책자나 결산보고서만으로는 시민이 예산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추적하기 어렵다. 사업별 예산 배정액과 집행률, 진행 단계를 시민이 분기별로 검색·열람할 수 있는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을 시의회 주도로 구축한다면, '시민회의 10% 예산권'이나 '동 자치예산' 같은 제도들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함께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정책 쟁점이 첨예하거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안(가령 야구장 리모델링의 재정 타당성, 트램 노선 결정 등)에 대해서는 추첨으로 선발한 시민 100~200명이 전문가 설명을 듣고 숙의한 뒤 권고안을 내는 시민배심원단(추첨식 공론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아일랜드의 시민의회나 벨기에 오스트벨기엔의 상설 시민위원회처럼, 조직된 이익단체의 입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일반 시민의 숙의 결과를 의회가 참고하도록 하면, 거대 개발 공약이 충분한 공론화 없이 밀어붙여지는 패턴을 견제하는 또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다.

 

내가 낸 세금, 시민이 직접 결정해야....

 

지방자치의 본질은 대형 개발 공약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는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내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시민이 직접 결정하는 데 있다. 불통과 개발 독주가 우려되는 민선 9기 성남시정에서, 깨어있는 시민사회와 다수의석을 가진 시의회의 긴밀한 연대만이 성남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켜낼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의 목소리가 표로 충분히 전환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정책의 가치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음 4년은 선거라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의회, 시민사회, 동 단위 자치조직이라는 세 개의 축을 통해 '일상적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새겨 넣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4회를 끝으로 성남시장평가 기획 기사는 마칩니다. 좋은 제안이나 의견있으신 독자분들은 snmedia3@gmail.com으로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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