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지시·통역 다 휴대폰으로 하는데 현장 도외시…사업주 면죄부 법안 철회하라"
[성남피플 = 김영욱 기자] 건설현장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노동계가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본말전도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성명을 통해 지난 7월 9일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경남 창원 의창)이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건설기계관리법·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노동자에게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안전 고리 걸 데도 없는데"…현장 도외시한 처벌 만능주의 비판
노동계는 현재 건설현장의 가장 큰 보완점은 '휴대전화 단속'이 아닌 '기본적인 안전시설 확보'라고 입을 모았다. 성명에 따르면 여전히 현장에서는 안전발판이나 개구부(바닥·벽 등의 뚫린 구멍) 덮개가 없고, 안전고리를 걸 곳조차 마땅치 않아 추락사하는 노동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안전화나 안전대 등 필수 보호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현장이 부지기수라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매일 건설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현실 앞에서 국회가 내놓은 답이 고작 노동자 호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단속하는 것이냐"라며 "사업주의 책임은 묻지 않고 노동자에게 과태료부터 들이미는 것은 죽음의 책임마저 노동자에게 외주화하겠다는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업무 필수품 된 휴대전화…'사업주 알리바이용' 악용 우려도
현장 실무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건설현장에서는 작업 지시나 TBM(Tool Box Meeting,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위험성평가는 물론, 점차 늘어나는 이주 노동자들과의 소통 및 통역을 위해 휴대전화 사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주가 안전관리계획서에 '휴대전화 금지' 조항 한 줄을 넣는 것만으로 대형 사고 시 모든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고 원인을 '작업자 부주의'나 '휴대전화 사용'으로 몰아가기 쉬워져, 결국 사업주에게 면죄부와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법안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동자의 목숨값과 휴대폰이 같은 저울에…원청 처벌 강화해야"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법원의 평균 선고액은 5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목숨값과 휴대전화 과태료 300만 원이 나란히 놓인 사법 시스템의 현실이 참담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김종양 의원의 법안 즉각 철회 ▲안전발판·난간 등 기본 안전시설 미설치 원청에 대한 엄벌 법안 보완 ▲위험성평가 및 안전관리에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끝으로 "노동자를 통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안전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며 "노동자를 단속할 시간에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한 현장부터 만들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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