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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노란봉투법, 경영계도 노동계도 등 돌리나...보완입법 시급하다.

김영욱 | 기사입력 2026/07/28 [11:42]
특집/기획
[데스크 칼럼] 노란봉투법, 경영계도 노동계도 등 돌리나...보완입법 시급하다.
기사입력: 2026/07/28 [11:42] ⓒ 성남피플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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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 건설노조 집회     ©성남피플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넉 달이 넘었다. 그런데 이 법을 둘러싼 풍경이 묘하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놓고, 지금 이 법은 경영계와 노동계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한쪽은 법이 노동계로 기울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정부가 법의 취지를 축소하려 한다고 한다. 같은 법을 두고 정반대 방향에서 협공이 들어오는 셈이다.

 

경영계 쪽 논리부터 보면, 중앙일보는 지난 4월 사설에서 시행 한 달 성적표를 짚었다. 1012개 하청노조가 372개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했고, 지방노동위에 접수된 사건 중 사용자성이 인정된 건 19건, 기각은 8건이었다. 사설은 노동위가 표면적으로 중립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노조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처럼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까지 인정된 사례가 나오면서, 원청 기업이 매년 여러 노조와 개별 교섭을 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고 봤다. 결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기업들이 노동위 판단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정책 기조 자체가 노동계 쪽으로 기울어 있으니 이의를 제기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진다는 진단이다.

 

그런데 넉 달이 지난 지금, 정반대 방향의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7월 21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를 겨냥해, 이런 문제가 노동쟁의 대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동쟁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시행령과 해석 지침으로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노조가 근무지 변경이나 고용 안정 문제를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한 것도 함께 지목했다.

 

이 발언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대통령 발언이 개정 노조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오랜 투쟁 끝에 만든 법을 정부가 행정지침으로 다시 축소·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성과급 배분을 노사가 협상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인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자본의 독점적 권리만 옹호하는 편향된 태도라고도 했다. 한국노총도 정부가 할 일은 쟁의 범위를 새로 제한하는 기준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입법 취지대로 법을 집행하는 것이라며, 시행규칙이나 행정지침으로 범위를 제한하면 국회가 확대한 노동기본권을 사실상 축소하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두 비판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은 결국 하나다. 노조법 2·3조 개정 자체가 '원청의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기준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해석도 서로 어긋난다. 노동부는 특정 근로조건별로 사용자성을 개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위원회는 판단을 유보하며 포괄적 사용자성을 인정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전문가들이 사용자성 인정 기준과 교섭 범위를 명확히 하는 보완입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보완이 없으면 노란봉투법은 대화를 촉진하는 법이 아니라 분쟁을 양산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원청이 소송과 행정 리스크를 피하려 도급 자체를 줄이면, 정작 보호하려던 하청 노동자의 고용이 더 불안해지는 역설도 우려된다.

 

이 지점에서 정부의 입지가 좁아진다. 법을 만들 때는 노동기본권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니 노동계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시행 국면에서 현장 혼란과 경영계 반발이 누적되자, 이제는 행정부가 나서서 쟁의 범위를 좁히려 한다. 이 순간 노동계는 배신감을, 경영계는 여전한 불신을 동시에 드러낸다. 법 하나를 두고 지지 기반과 반대 기반 모두에서 신뢰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근본 원인은 법 자체를 포괄적 원칙으로만 만들어놓고, 구체적 기준은 시행 이후 행정부와 노동위원회의 개별 판단에 떠넘긴 데 있다. 원청과 하청 사이의 실질적 지배관계를 사안마다 따지는 일은 애초에 지난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지난함을 감당할 만한 준비 없이 법부터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노동위원회 판정이 아직도 안전·작업환경 영역에서는 사용자성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면서 임금·근로시간 영역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결국 법 문언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지금 필요한 건 사용자성 인정 기준과 교섭 범위 경계를 명문화하는 보완입법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던진 몇 마디로 현장의 불확실성이 정리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발언이 반복될수록 노동계는 법의 무력화를, 경영계는 여전한 리스크를 각각 근거로 들어 정부를 동시에 몰아붙일 빌미만 늘어난다.

노란봉투법이 애초에 겨냥했던 것은 원·하청 이중구조의 오래된 균열이었다. 그 균열을 메우는 일은 대통령의 한마디가 아니라, 국회와 행정부가 함께 만드는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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