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5월, 원도심 재개발 이주단지 확보를 주장하며 행진하는 성남 진보당 당원들 ©성남피플
|
신상진 성남시장이 8월13일 SNS를 통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정면 비판했다. 수진1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의 이주가 자금 부족으로 연기된 데 대한 반응이다. LH가 추산한 이주비 6000억 원 가운데 1500억~1700억 원가량을 확보하지 못해 당초 8월로 예정됐던 이주가 10월로 두 달 밀렸다. 신 시장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정부를 겨냥했고, 재개발 이주비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서 즉시 예외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획일적 대출 규제가 공공재개발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 자체는 타당한 면이 있다. 이주비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이나 상인의 영업장 이전에 쓰이는 필수 생계자금이지, 투기 목적의 신규 주택 매수 자금이 아니다. 이 자금이 규제에 묶여 이주 절차 전체가 지연되면 그 부담은 결국 물가·공사비 상승분만큼 주민 추가 분담금으로 돌아온다는 신 시장의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신 시장의 비판이 정부의 금융 규제 한 가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수진1구역 이주 지연의 본질은 대출 총량 규제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입자를 위한 공공임대 이주단지가 애초에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LH가 신촌·금토지구 순환이주용 주택 신청을 받고는 있지만, 이는 조합원(소유자) 대상 순환이주 물량 성격이 강하고, 정작 전세금을 돌려받아 당장 거처를 옮겨야 하는 세입자 다수를 흡수할 만큼의 공공임대 이주단지가 뒷받침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세입자 이주 문제는 대출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애초에 시가 이주단지를 얼마나 확보해 뒀는지의 문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성남시의 책임 있는 답은 이번 신 시장의 입장문 어디에도 없다.
이 지점에서 진보당 장지화 후보가 6·3 지방선거 기간 내내 던졌던 문제제기를 다시 짚을 필요가 있다. 장 후보는 당시 "선(先) 이주단지 확보 후 재개발·재건축 추진"을 핵심 원칙으로 내걸고, 농수산물유통센터 부지와 LH 부지 등 대규모 국공유지를 기업에 매각할 게 아니라 세입자·서민을 위한 '순환용 이주단지'로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시가 분당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원도심 재개발이 겹치며 "사상 초유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 예견하고, 공공주택 5만~10만 호 건설과 성남시사회주택공사 설립까지 구체적으로 제안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수진1구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사실상 장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경고했던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화된 것에 가깝다.
신 시장이 정말 "주민의 삶"을 걱정한다면, 정부에 대출 규제 완화만 요구할 게 아니라 성남시 스스로 신흥1구역·태평3구역·신흥3구역·상대원3구역 등 뒤이어 예정된 공공참여형 재개발 사업의 세입자 이주 수요를 지금부터 어떻게 감당할지부터 밝혀야 한다. 시가 보유한 국공유지를 세입자 이주단지로 얼마나 확보했는지, 국토부에 이주비 대출 예외 인정과 함께 공공임대 이주단지 확충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추진해 왔는지 구체적으로 답할 차례다. 규제 탓만 하고 정작 시 차원의 대책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성남시는 스스로 되짚어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