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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 전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대선후보 당시, 대법원 앞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있다. ©성남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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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당 "위법 자행한 대법원 엄중 책임지고 부당 수령액 환수 해야...“
- 데법 ‘예산소진 목적으로 와인, PC 6131대 예비품으로 쌓아둬..”
[성남피플 - 김영욱기자] 진보당이 감사원의 대법원 특정감사 결과를 근거로 대법원을 정면 비판했다. 이미선 대변인은 8월 31일 서면브리핑에서 대법원이 4년여간 대법관들에게 총 13억원의 현금을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고위 법관들이 뒷돈 챙기듯 국가 예산을 사유화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부당 수령액 전액의 국고 환수와 함께 김명수 전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 등 관련자에 대한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앞서 8월 31일 대법원 특정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대법관 12명에게 현금으로 격려금을 지급했다.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는 월평균 200만원씩 지급됐고, 이후 2024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는 대법관별로 월 100만~400만원씩 지급 시기와 액수를 달리했다. 법원행정처장에게는 2022~2024년 4월 월 300만원, 이후 월 200만~400만원이 지급됐다. 대법원장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지급된 금액은 모두 12억9900만원으로, 진보당이 밝힌 '13억원'과 사실상 같은 규모다. 이는 대법관에게 별도로 지급되는 특정업무경비(월 512만원)와는 별개의 현금이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가 2024년 5월 이후 대법관별로 지급일과 지급액을 다르게 해 "외형상 월정액이 아닌 것처럼" 운용했지만, 실제로는 1인당 연간 지급액이 서로 비슷해 사실상 정기적 월정액 지급과 다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법령상 근거 없는 정기적 격려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지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격려금이 전액 현금으로 집행돼 증빙자료가 남지 않았고, 이 때문에 감사원이 지급의 적정성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됐다.
총 1억892만원 규모의 주류(와인) 구매도 적발
감사원 감사에서는 격려금 외에도 예산 낭비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필요 물량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거나 예산 소진을 목적으로 구매 물량을 늘려, 지난해 말 기준 정원(1만8669명)의 3분의 1이 쓸 수 있는 PC 6131대를 예비품으로 창고에 쌓아뒀다. 프린터 2983대, 스캐너 559대도 같은 방식으로 남아 있었다. 전산장비 유지보수 용역에서는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비용 6억5000만원을 별도 과업으로 편성해 추가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별도로 총 1억892만원 규모의 주류(와인) 구매도 적발됐는데, 감사원은 구입 목적과 용도가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고 이 중 966만원은 오후 11시 이후, 8983만원은 주말·공휴일에 지출된 점을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위법·부당 사항 12건 가운데 9건에 대해 법원행정처장에게 '주의' 조치를, 나머지 3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통보했다. 부당 지급된 격려금에 대한 환수 조치나 관련자 개인에 대한 징계·문책 요구는 이번 감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향후 대법관이나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월정액 형태의 정기적 격려금을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통보하는 데 그쳤다. 감사는 2024년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실지감사를 거쳐 2025년 8월 20일 최종 확정됐고, 감사 결과는 이번에 공개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격려금 지급이 "소부 또는 전원합의체 기일을 전후해 재판 관여자의 노고를 격려"하고 "사법행정 업무 총괄과 대외업무를 병행하는 데 따른 부담을 고려"한 것이었다며, "대법원 업무의 특성에 비춰보면 기존 집행 현황이 실질적으로 격려금 예산의 취지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감사원 지적은 수용해, 지난달부터 정액 현금 지급 방식을 폐지하고 실적과 업무 부담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안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법률적으로 대법관 수당 지급, 정상적인가
이번 사안에서 쟁점이 되는 돈은 법령에 명시된 '수당'이 아니라 예산 항목상 '격려금'으로 집행된 현금이라는 점이 출발점이다.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보수와 수당은 국가공무원법 제46조가 정한 보수법정주의에 따라 법률과 이에 근거한 대통령령(공무원보수규정,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정해진 항목과 기준 안에서만 지급할 수 있다. 법관도 예외가 아니어서, 법관의 보수는 법관의 보수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이 정하는 봉급표와 수당 항목에 따라 지급된다. 이 틀 밖에서 예산 부서가 재량으로 만든 '격려금' 명목의 현금을 정기적·정액으로 지급하는 것은, 설령 취지가 노고 격려라 하더라도 수당 신설에 준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법정주의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실제로 감사원이 적용한 위법성 판단 근거는 국가공무원법이나 법관보수법이 아니라 '대법원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이라는 대법원 자체 내부지침이다. 이 지침은 격려금을 우수 부서·직원 등에 대한 시상적 성격의 지출로 규정하면서, 법령상 근거 없는 정기적·정액 지급은 금지하고 있다. 감사원은 대법관 격려금이 지급 시기와 액수를 매번 달리해 외형상 비정기적으로 보이게 했을 뿐, 연간 총액이 대법관별로 비슷해 사실상 정기적 정액 지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가재정법은 예산을 정해진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제45조), 격려금 예산이 사실상 고정적인 보수 보전 성격으로 쓰였다면 이 원칙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자체는 이를 형사처벌이나 파면 사유가 되는 '범죄'나 '중대한 위법'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는 점도 함께 짚을 필요가 있다. 감사원은 최종적으로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주의' 조치, 즉 감사원법상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 조치를 택했고, 부당이득 환수나 관련자 징계·문책 요구,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다. 이는 감사원 스스로도 이번 사안을 형사상 횡령이나 사적 유용이 아니라 예산 집행 절차와 방식상의 부적절함, 즉 행정적 하자로 판단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법원 측이 밝힌 "재판 관여자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급 취지 자체는 감사원도 문제 삼지 않았고, 지적된 것은 그 지급 '방식'(현금·정액·비정기 위장)이 예산 집행지침에 어긋났다는 절차적 위법성이다.
따라서 진보당이 주장하는 "위법을 자행한 대법원"이라는 규정과, 대법원이 주장하는 "예산 취지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는 항변 사이에는 사실관계의 다툼이 아니라 같은 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의 간극이 존재한다. 지급 방식이 내부지침을 위반한 절차적 부당지급이라는 점은 감사원 감사 결과로 확인된 사실에 가깝지만, 이를 형사상 배임·횡령에 준하는 '위법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전액 환수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전·현직 대법원장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감사원 결과만으로는 단정하기 어렵고 별도의 법적 검토와 절차가 필요한 사안이다. 진보당이 요구한 전액 환수와 관련자 문책이 실현되려면 감사원의 추가 조치나 국회 차원의 후속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진보당은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통한 추가 문제 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대법원이 실제로 예산 집행 방식을 어떻게 개선하는지, 부당 지급된 격려금에 대한 환수 논의가 이어질지가 향후 관심사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