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등이 '불평등 타파'를 모토로 한 정기국회를 제안하며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 성남피플
|
- 졸업실업급여, 농어촌 기본소득의 전국 확대,원·하청 초과이익공유제 추진
[성남피플 -김영욱 기자]진보당 의원단이 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 정기국회를 '불평등 타파' 국회로 규정하며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국가 재정을 청년과 일하는 사람들의 삶으로 되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단은 구조적 불평등을 바꾸는 개혁 입법에도 함께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의원단이 내세운 핵심 과제는 세 가지다. 청년이 생계 불안 없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졸업실업급여', 농어촌 기본소득의 전국 확대,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하청·협력업체와 노동자에게 나누는 '원·하청 초과이익공유제'다. 의원단은 "반도체 대기업에는 세액공제와 재정 지원, 전력·용수·부지 특혜를 쏟아부으면서도 그 성과를 하청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나눌 법적 장치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노동 분야에서는 메가특구를 핑계로 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파견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등 노동권 후퇴를 막고, AI 도입을 이유로 한 쉬운 해고와 노동조건 악화를 금지하는 '사회생태적 AI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에너지를 보장하는 에너지기본권 법제화도 함께 추진한다.
반도체 호황 세수, 얼마나 늘었나…정부는 '사회적 대화'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급증은 이미 세수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의 올해 상반기 법인세 납부액은 11조208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1906억원) 대비 16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두 회사의 영업이익도 삼성전자 146조7000억원, SK하이닉스 9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6배 늘었다.
이는 국세 전체 규모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는 지난 4월 추경 편성 당시 이미 25조원의 초과세수를 반영해 세입 예산을 415조4000억원으로 상향했고, 이후 초과세수 전망은 15조원 이상 추가로 웃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올해 상반기 국세 실적은 22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조원 늘었으며, 올해 전체로는 450조원 안팎, 내년(2027년)에는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법인세만 놓고 보면 2026년 추경 기준 101조3000억원에서 2027년 216조7000억원으로 115조4000억원(113.9%)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국세수입 전체로는 같은 기간 415조4000억원에서 584조4000억원으로 168조9000억원(40.7%)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이렇게 불어난 재원 가운데 162조3000억원 규모를 별도로 떼어 '미래대응기금'으로 운용하고, 이 중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등 4대 분야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는 여기에 더해 세액공제 한시 조정, 국민배당형 국부펀드 조성 등 초과이익의 사회적 환원 방안 논의에도 착수했다.
다만 정부는 독일식 노동4.0 모델을 참고해 전문가·노동계·기업·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거치겠다는 입장이어서, 속도를 내기보다는 합의 절차를 먼저 밟겠다는 쪽에 가깝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은 초과이익을 미래 투자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 등 부처 간 온도 차도 있고, 대통령실은 이 논의가 '기업 초과이익 환수'로 해석되는 데는 선을 그으며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보당은 바로 이 지점을 정기국회 요구로 삼았다. 정부가 조성한 미래대응기금 자체는 인정하되, 그 절반 이상을 청년세대의 졸업실업급여와 공공주택 공급,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등 청년의 삶을 개선하는 사업에 우선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액공제 조정이나 국부펀드 조성처럼 큰 틀의 사회적 환원 방안을 논의하는 사이, 진보당은 이미 확보된 45조4000억원 안팎의 4대 분야 투입분 가운데 청년 몫을 명시적으로 늘리라고 못박은 셈이다. 의원단은 "정부·여당의 개혁이 기득권의 문 앞에 서 멈춘다면 진보당이 해내겠다"며 "기업의 호황이 국민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성장의 결실을 함께 일한 사람들이 공정하게 나누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3대 과제, 어디까지 구체화됐나
졸업실업급여는 고등학교·대학교 졸업반 학생을 고용보험 틀 안에 편입해, 졸업 후 취업이나 진학에 이르지 못한 청년에게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별도 조직 신설 없이 기존 고용보험 인프라를 활용하고, 재산 심사 없는 보편적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직 실패가 장기화하는 경우에는 상담과 사회참여를 조건으로 한 참여소득을 함께 지급하는 방안도 제안돼 있어, 세 과제 중 상대적으로 설계가 구체적인 편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전국 확대는 이미 일부 시범지역에서 매달 15만원을 지급해온 사업을 전국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시범지역에서는 인구가 4.7% 늘어나는 등 지역 소멸 대응 효과가 일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거 법안인 농어촌기본소득법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으나, 전국 확대 시 지급 대상 범위나 재원 조달 계획 등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원·하청 초과이익공유제는 세 과제 가운데 구체성이 가장 떨어진다. 진보당은 반도체 대기업이 받는 세액공제·재정 지원·전력과 용수·부지 특혜에 견줘 하청·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성과를 나눌 법적 장치가 없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이익 공유의 비율이나 대상 기업 범위, 구체적 지급 방식과 같은 입법 세부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진보당 내에서는 반도체 초과 세수를 영세자영업자·비정규직 노동자·청년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이 우선 제기된 단계로, 향후 정기국회 과정에서 법안 형태로 구체화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